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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건강보고서 3H
[생로병사]행복일까? 불행일까?
입력 : 2013. 12.06. 00:00:00

송정국 제주대학교병원 예방의학과

아프리카 남수단공화국은 2011년 7월 북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신생독립국이다. 과거 북수단의 아랍계 모슬렘들은 남수단 흑인들에게 아랍화 정책을 폈는데 여기에서 빚어진 원유 이권과 뿌리 깊은 차별 문제가 50년 동안이나 내전으로 이어졌다. 오래 전쟁을 겪었으니 그곳 사람들은 극도의 빈곤과 가슴 먹먹한 기억들 때문에 몹시 불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거 독립이전 남수단에 있는 톤즈라는 마을에 한 아이가 심하게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아무것도 먹으려 들지 않는다는 다급한 보고가 병동에서 들렸다.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철없는 호기라도 부리는 걸까? 걱정에 앞선 의사는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단다. 그 아이는 강냉이 죽 한 그릇을 아빠와의 사이에 두고 아무 말 없이 서로 쳐다만 보고 있었단다. 알고 보니 아빠가 며칠째 변변히 먹은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아이는 아빠가 그 죽을 먹어야 한다고 하는 거고, 아빠는 병든 아이가 먹어야 한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단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의사가 물었다. "너무도 비참한 장면입니까?"

나에게도 아프리카 이야기가 있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에서 살았었다. 당시 그 나라도 10년째 내전 중이었고 이유는 다이아몬드 이권 문제였다. 나는 시에라리온 간호사 6명과 팀을 꾸려서 지프차를 타고 수도 프리타운 외곽 여섯 곳으로 이동진료를 다녔었다. 마을로 들어가면 망고나무 아래 긴 의자로 환자들이 모여 있다. 대부분 지난 밤 열이 나서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뜬눈으로 지새운 피곤한 엄마들이다. 그 나라 파파야 나무에 열매가 열린 모양은 우리가 어려서 읽은 혹부리 영감 목에 축 늘어진 혹처럼 생겼었다. 그런데 꼭 그 파파야 나무처럼 시에라리온 엄마들은 기다랗게 키가 크고 깡말라 있었고 그 엄마 주위엔 보통 서넛의 아이들이 올망졸망 둘러있었다. 전쟁 때문에 고향을 떠나 피난살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남편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이 가족 모두 유엔 배급품으로 입에 풀칠만 하는 형편이었다. 의사를 기다리는 환자들 중에서 수유하는 엄마들이 있다. 몸이 아픈 아이는 엄마 무릎에서 젖을 빤다. 수유 기간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긴 그 나라에서는 두 살을 훌쩍 넘긴 영근 놈이 엄마 젖을 양손으로 눌러 짜면서 빨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고생스러워 보이는 젖 먹이는 엄마에게 내 시선이 자꾸 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앞의 남수단 단식투쟁(?) 아이 이야기는 고 이 태석 신부님의 일화다. 고 이 신부님의 표현에 의하면 그 아버지와 아들은 천상의 행복을 맛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시에라리온의 수유하는 엄마가 부러웠던 것 같다. 오염된 우리가 빈곤은 비참한 것으로 자동 해석해버리곤 하지만 절대적 행복은 그런 오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 같다. <송정국 제주대학교병원 예방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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