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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새정부 경제민주화 수위에 촉각
입력 : 2012. 12.20. 00:24:13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재계와 대기업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환영하면서도 향후 추진될 경제민주화 정책의 파장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대기업 입장에서 볼 때 박 당선인의 관련 공약들은 문재인 후보 진영에 비하면온건하고 균형이 잡힌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기업범죄 처벌 강화 등 주요 공약이 실현될 경우 경영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쟁점화하고 논의를 주도해온 점을 고려할 때 관련 정책 추진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서 부문 간 격차가 확대되고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를 통해 모든 경제주체가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조화롭게 함께 커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밝혔다.

 ◇ 재계 안도…개혁 강도·수위 촉각 =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구상은 공약집에서 제시한 경제민주화 추진의 3가지 원칙에 잘 나타나 있다.

 경제적 약자에게 확실한 도움을 주고, 경제에 부담을 주고 국민 공감대가 미흡한 정책은 단계적으로 접근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대기업집단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금산분리 강화,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사익편취행위 근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재벌총수 국민참여재판 도입, 계열사 지분조정명령제 도입 등 당초 검토됐던 주요 정책 중 상당수가 최종 공약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박 후보는 간판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으나, 재계는 일부 의견이 반영된 것에 안도했다.

 제외된 공약들이 도입됐을 경우 경영권 약화와 경쟁력 하락 등 대기업들에 미칠위협은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앞서 "순환출자 규제 등의 정책은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한다"며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반시장적인 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계도 심화되는 경제 양극화를 막기 위한 경제민주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책 수단과 절차가 경제의 성장동력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확정된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만으로도 현행 지배구조와 향후 투자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개혁 강도와 수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새 정부에서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은 규제완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며 "순환출자, 금산분리 등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강제로 뜯어고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中企, 경제민주화 空約될까 우려 = 중소기업들은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이 과거처럼 선거용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중소기업계는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특별위원장을 영입해 경제정책의 틀을 짜게 하는 등 여당 대선후보로는 과거 어느 때보다 경제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인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실효성 제고와 다양한 연구개발·인력확보·수출 지원 등을 중소기업 육성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앞서 기대했던 강도높은 재벌·대기업 규제책과 개혁안이 최종 공약에서빠진 것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중소기업계는 선거기간 "당선되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와 함께 거래의 불공정·시장의 불균형·제도의 불합리화 등 '경제 3불(不)'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할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 적합했던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는 더 이상의 지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며 "중소기업 중심의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유통법 처리가 첫 시험대…유통업계 반색 =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는 대형 유통사와 협력업체들의 반발 속에 난항을 겪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처리 문제로 첫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막다른 위기에 몰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영세상권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유통법 개정안은 '경제민주화 1호 민생법안'으로 불릴 만큼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야 합의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월 1일 이상 3일 이내, 영업제한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정했던 유통법 개정안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영업제한시간 연장 주장으로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유통업계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내심 반기는 모습이다.

 대형 유통사 규제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새누리당이 재집권에 성공함에 따라 법 개정에 유통업계의 입장을 반영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보가 "민주통합당이 집권했을 경우보다는 그나마 나을 것"이라며 "선거 때 내세운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은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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