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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건강보고서
[제주의 질병 50선](46)당뇨병
당뇨병… 가족력·비만·고혈압 등 발병위험 인자 역할
입력 : 2011. 11.17. 00:00:00
세계 당뇨병의 날

세계 당뇨병의 날

▲대한당뇨병학회가 '세계당뇨병의 날'을 맞아 지난 14일 서울청계천 장통교에 '희망의 푸른빛 터널'을 선보였다. 1000여개의 청사초롱으로 꾸며진 터널은 당뇨병환자에게 질환극복의 의지와 희망을 전하고, 일반 대중에게는 당뇨병과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합뉴스

체내 탄수화물 대사에 장애…실명 등 합병증이 더 무서워
일단 발생하면 치료 어려워…식사와 운동 등 예방이 최선

# 35세 여자가 수개월 전부터 시력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어 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두 아이 엄마였으며 약 10년전 임신성당뇨병을 진단받았으나 출산 후 혈당이 정상화되면서 현재까지 검사나 진료를 받지 않고 지내왔다.

환자는 비만은 아니었으며, 가족 중 모친과 언니가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었다. 또한 양 발끝의 저린 증상과 갈증도 호소했고, 체중이 최근 5개월간 5kg 감소했다.

검사결과 이 환자는 망막합병증, 콩팥합병증과 신경합병증이 동반된 당뇨병으로 최종 진단됐다. 하루 3회 인슐린 주사와 경구약제를 복용하기 시작해 점차 혈당이 감소됐고, 3개월 후에는 공복혈당 125mg/dL, 당화혈색소 6.8%의 소견을 보였다.

망막합병증에 대해 안과에서 수차례 레이저치료를 받았으며 치료 초기 약간의 시력저하가 있었으나 이후 더 심해지지는 않았다.

현재 환자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로 하루 1회 인슐린주사와 경구약제를 복용하고 정기적인 당뇨합병증 검사를 받으며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증례=앞의 환자는 과거 임신성당뇨병을 진단받아 당뇨병 위험이 많은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검사없이 지내다가 합병증이 심해진 후 뒤늦게 당뇨병이 진단된 경우이다. 망막합병증과 콩팥합병증은 당뇨병을 진단받고 대개 수년 또는 10년 이상 경과 후 발생하며 철저한 혈당조절로 예방이 가능하다. 때문에 앞의 환자는 발병했는데도 모르고 혈당이 높은 채로 방치돼 있다가 합병증이 생긴 후에야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전문의는 판단했다.

▲당뇨병 망막합병증(좌)과 정상(우) 망막소견.

▶당뇨병=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잘 안되거나 혹은 분비가 잘 되더라도 세포에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몸 안의 탄수화물(당) 대사에 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병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포도당으로 변해 혈액으로 들어가 세포 내에서 에너지로 변환돼야 한다. 이 때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이 이에 관여한다. '당뇨'란 바로 이 인슐린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또는 부족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포도당이 세포내로 정상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소변으로 나오게 되는 상태를 당뇨라고 한다.

▶증상=혈당이 많이 올라가면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또 체중이 감소하게 된다. 장기간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면 신체에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망막병증(실명할 수 있음)을 비롯해 신기능장애(신기능 저하로 심할 경우 투석 필요)와 신경병증(저림, 통증),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예방과 치료=임신성당뇨병, 당뇨병의 가족력, 비만, 고혈압, 이상지혈증 그리고 당뇨병 위험단계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발병위험이 높으므로 평소 식사 및 운동으로 예방해야 한다. 정기적인 혈당검사를 받아 당뇨병이 진단되면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로 혈당을 조절함으로써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 당뇨합병증은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앞의 환자의 경우 평소 정기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했더라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병증이 발생한 후라도 철저한 혈당조절을 할 경우 악화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레이저광응고술 치료로 실명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Q & A ]

1. 당화혈색소란?

=혈액 내의 포도당과 결합한 혈색소를 말한다. 정상에서는 당화혈색소의 비율이 5.7% 미만이지만 당뇨병환자에서는 다양한 정도로 상승된다. 적혈구는 골수에서 만들어진 후 혈중에 2~3개월간 존재하므로 당화혈색소 비율은 최근 2~3개월간 혈당정도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당화혈색소가 6%이면 최근 2~3개월 평균혈당이 126mg/dL, 7%는 154mg/dL 그리고 8%는 183mg/dL임을 나타낸다. 기존 혈당검사는 일시적 혈당치를 나타내지만 당화혈색소는 장기간 혈당수준을 나타내 혈당조절의 표준지표로 사용된다. 당뇨병환자는 당화혈색소를 7% 미만으로 유지해야 만성합병증이 예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 인슐린은 한번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하나?

=당뇨병은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결핍으로 발생한다. 즉 당뇨병 병인에서 인슐린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뇨병의 직접치료는 인슐린을 주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사요법이 불편하므로 당뇨병 초기에는 투여가 간편한 경구약제를 쓰게 된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40%가 10년 이상 경과하면 인슐린주사를 투여해야만 혈당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경구약제로 조절이 안 되는 당뇨병환자는 인슐린주사를 맞아야 혈당조절이 가능하며 당뇨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자에서 인슐린을 맞다가 중단하면 혈당이 재상승해 합병증 위험이 다시 증가된다. 물론 초기 당뇨병환자는 인슐린을 중단하더라도 혈당이 괜찮은 경우가 있는 데 이는 드문 경우이다.

3. 건강보조식품이 당뇨병에 좋은가?

=누에가루, 뽕잎, 해당화, 홍삼, 양파즙 등 당뇨병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들은 매우 많다. 그러나 이러한 식품들의 효과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며 실제 효과가 있더라도 미미하고 또한 장기간 섭취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시판 중인 건강보조식품들은 꽤 비싼 편이며 약품과 달리 규제가 적어 과대광고의 우려도 있다.

이에 비해 의사가 처방하는 당뇨병약제는 임상연구를 통해 우수한 약효가 입증되고 부작용도 잘 알려져 있으며 건강보험 급여로 저렴하게 처방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환자들은 건강보조식품을 반드시 섭취할 필요는 없으며, 섭취할 경우라도 기존 당뇨병약제를 임의대로 중단해서는 안된다.

[전문의 의견/고관표(내분비대사내과)]"건강에 미치는 영향 심각"

당뇨병은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와 남미의 개발도상국에서 매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약 2%에 불과하던 당뇨병 유병률이 2010년에는 20세 이상 성인의 약 8%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비전염성 질환이 이처럼 빠르게 증가된 경우는 일찌기 없었다. 현대인의 고칼로리 음식섭취와 활동량부족 등 생활양식의 변화가 그 원인으로 설명된다. 이에 따라 2006년 유엔총회는 당뇨병이 전 세계인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으며 이는 에이즈에 이어 두번째로 채택된 유엔의 질병결의안이다.

당뇨병환자에서 고혈당 자체는 갈증, 다음, 다뇨 등의 단순증상만 유발하지만 고혈당이 오래돼 발생하는 만성합병증은 심각한 후유증 및 사망을 초래한다. 당뇨합병증은 거의 모든 장기에 나타날 수 있지만 망막, 콩팥과 신경에 흔히 발생한다. 망막합병증은 당뇨병 뿐만 아니라 모든 성인 실명의 흔한 원인이며 콩팥합병증 또한 모든 만성신부전의 원인이므로 당뇨병이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경제적 손실로 따져 보았을 때 2010년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의료비용은 전체 의료비의 11.6%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당뇨병환자의 진료비가 16조 5000억원에 달했으며 1인당 비용도 국민평균보다 4.6배나 많았다.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당뇨병 발생을 막고 또한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다. 내분비대사내과 고관표

우리사회는 아직도 당뇨병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나태한 생활습관으로 인한 비만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당뇨병을 경증질환으로 분류해 종합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더 많은 약가를 부담하게 만든 건강보험제도가 그 예이다. 유엔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들은 이미 당뇨병을 심각한 비전염성질환으로 선언하고 예방과 치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 예방을 위한 전 국민의 생활요법 실천과 당뇨병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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