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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논단]교토(京都)의 도시헌장을 생각해 본다
입력 : 2011. 02.24. 00:00:00
20세기 초반 근대 건축의 거장(巨匠) 르 꼬르뷔제가 주장한 도시계획이론의 글로벌 스탠더드화와 그의 도시이론을 성실히 적용한 많은 국가의 도시에서 20세기 후반에 적지 않은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미국의 뉴어버니즘, 영국의 어번빌리지, 유럽의 컴팩트시티 운동 등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도시계획수법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운동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되며 궁극적으로 도시의 경쟁력은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생물권 보존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지정으로 세계유일의 3관왕을 달성한 제주의 도시는 시민에게 어떠한 생활공간이며 관광객에게 어떠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도시인가?

세계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교토(京都)의 '걷는 도시·교토'헌장이 담고 있는 내용은 시민과 행정이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도시라는 공간이 시민에게는 무엇인지 시사하는 점이 크다. 2009년 1월 교토시는 '걷는 도시·교토' 헌장을 제정하여 관련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도시헌장의 기본 취지는 사람과 공공교통 우선의 '걸어서 즐거운 도시'의 실현을 목표로 공공교통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 모여들어 활기가 넘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자동차가 아니라 걷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도시는 활기가 있는 것이고 그 도시 혹은 지역의 상업에도 활력으로 이어져 사람과 사람의 다양한 교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걷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이야말로 건강과 환경, 그리고 교토의 도시에 있어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구상이다. 도시헌장은 시민의 역할과 행정의 역할을 정하여 함께 노력하려는 3가지 큰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시민들은 건강하고 사람과 환경에 긍정적인 걸어서 즐기는 생활을 중시하며 둘째, 시민과 행정은 누구라도 걸어서 외출하고 싶은 도로공간과 공공교통을 정비하여 활기찬 도시를 창출하고 셋째, 교토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걸어서 매력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시민의 참여와 행정과의 협력, 에너지소모의 감소와 친환경성, 안전과 건강, 사회적 약자의 배려, 지역의 활력. 매력적인 관광환경 등 도시의 제반 문제들을 아우르는 의지가 담겨있다.

제주의 도시를 걸어서 즐거운 도시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국제자유도시, 생태도시, 녹색도시, 안전도시, 창조도시, 기후변화 대응시범도시,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고 구도심의 재생과 지역불균형, 환경과 경관훼손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진정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전략은 있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관련된 사업들은 각각 담당국과 부서에 따라 독자적으로 관련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며 지사와 국장, 담당자가 바뀌면 추진되는 사업마저 추진력을 상실하는 현실 속에 지속가능한 도시의 성장은 존재할 수 없다.

필자가 언급하는 것이 이상(理想)적인 이야기라고 받아넘기기 보다는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세계유수의 환경을 자랑하는 제주의 도시에 걸맞는 도시와 건축정책, 도시디자인수법으로 생활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 매력있는 관광지를 조성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 도민을 위한 정책이며 도시의 경쟁력을 갖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 태 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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