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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비상임 지휘자, 이젠 돌아볼 때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10. 02.23. 00:00:00
연륜 쌓이는 서귀포예술단
전문 예술단의 위상 위해선
상임 지도체제로 변화 필요

문화 인프라가 제주시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산남' 서귀포엔 제주시보다 앞서 생겨난 문화자산이 적지 않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건립된 시립미술관으로 기록되는 기당미술관을 가졌고, 이중섭거리도 여느 문화거리에 비해 일찍이 이름을 얻은 거리일 것이다. 제주 출신 서예가를 기리는 소암기념관도 있다.

이들에 더해 두 곳의 도립예술단을 거론해야 한다. 서귀포합창단과 서귀포관악단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서귀포시립예술단에서 제주도립예술단으로 위상이 바뀌었지만 서귀포문화에 윤기를 더해가고 있는 예술단이다.

서귀포합창단은 1987년 11월 창단했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서귀포관악단은 1998년 2월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최초의 관악단으로 태어났다.

적지 않은 연륜을 쌓아가며 서귀포를 주요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이지만 제주시에 둥지를 튼 다른 도립예술단에 비해 열악한 것이 있다. 전문 예술단으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상임단원만 해도 서귀포합창단은 정원 49명중 25명에 불과하고, 서귀포관악단은 51명중 26명에 그쳐 있다. 비상임 단원까지 합쳐야 정원에 가까워진다.

이런 현실에서 지휘자도 비상임으로 뒀다. 서귀포 지역에 고루 문화혜택을 넓히고 관객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 비상임 지휘자의 일정 탓에 합창단·관악단 단원들이 1주일에 두차례는 저녁 시간을 이용해 연습한다. 나머지 요일의 연습은 트레이너가 끌어간다.

두 예술단이 '문화 도시' 서귀포의 향기를 그려가는 한 축이라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비상임 지휘자 체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두 지휘자가 오랜 기간 합창단과 관악단을 위해 쏟은 열정을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도 상임 지휘자를 두는 게 낫다.

도립예술단을 '키워가고 있는' 제주도민들로선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기량을 갖춘 예술가들을 단원으로 만날 권리가 있다. 예술단에서는 그같은 단원을 '길러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상임 지휘자가 상주해야 한다. 하지만 서귀포예술단의 이같은 과제 해결은 도립예술단 통합 논의와 맞물려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진행이 더디다.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도립무용단, 도립교향악단, 도립제주합창단, 도립서귀포합창단, 도립서귀포관악단 등 5개 예술단중에서 일부 단체의 존치 여부를 놓고 여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예술단 통합운영을 위한 중장기발전계획 용역을 실시하는 대신 지난해 관계자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지만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지방선거 국면을 맞아 6월 이후에야 윤곽이 그려질 것 같다는 말이 들린다. 통합 논의에 막혀 예술단 발전에 필요한 실질적 처방은 자꾸 미뤄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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