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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을 빛낸 사람들
[제주 세계유산을 빛낸 사람들](13)-①겐테는 누구인가
제3부 겐테의 제주 재발견
한라산 외국인 처음 등정 1950m 높이 측정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입력 : 2009. 08.05. 00:00:00

▲외국인으로서는 한라산을 처음 등정해 높이가 1950m라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던 독일 출신의 지그프리트 겐테박사의 한국여행기 원본(1905년).(사진 왼쪽) 겐테의 한국 여행기가 출간한지 꼭 100년만인 2005년 5월에 독일 에어푸르트대학교는 그 개정판을 동아시아사 총서 일곱번째 책으로 내놓았다.(가운데) 개정판에는 글만 실렸던 초판과 달리 겐테가 구한말 1901년 제주에 왔을 때 직접 찍은 제주의 상징 돌하르방 석상을 표지 사진으로 싣고 있어 흥미롭다.이후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2월 '독일인 겐테가 본 신선한 나라 조선, 1901'이라는 제목으로 겐테의 한국 여행기 번역서가 출간됐다.(오른쪽)

독일 출신 지질학자이자 언론인… 중국 파견중 제주여행
1901년부터 1년여간 독일 유력지 퀼른 신문에 장기 연재
본지, 1995년 대서특필… 겐테 여행기 원본·개정판 입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화산지질과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재됐다. 한라산과 용암동굴, 성산일출봉의 화산지질학적 가치는 가히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섬의 지질학적인 재발견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인 20세기초 독일 베를린 출신의 지질학자이자 언론인인 지그프리트 겐테(Siegfried Genthe·1870∼1904)의 한국 여행기를 통해서였다. 그는 1901년 '이재수란'이 발생한 지 수주일 뒤 제주섬에 왔던, 당시 독일 퀼른신문의 아시아 특파원이자 지리학 박사였다. 그 이전에도 많은 서구인들이 표류하거나 제주섬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겐테가 남긴 제주에 대한 기록은 한라산의 높이를 측정, 1950m라는 사실을 밝힌데서 특히 주목을 받는다. 그로부터 100여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독일 출신의 이참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발탁된 것은 참으로 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한라산 높이 1950m 측정=겐테는 영실 옛 등반로로 한라산을 올랐는데, 서양인은 물론 외국인으로서 한라산을 처음 등정한 인물로 기록된다. 당시 제주에 도착한 그는 약 3주간 제주에 머물며 제주목사의 도움으로 10여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한라산 등정에 나선다. 여행기에서 그는 오백나한 전설이 깃든 영실코스(옛 등반로)로 정상에 오른 후 '무수은 기압계 두 개를 주의깊게 이용함으로써 나는 가장 가파른 곳 최외곽 분화구 가장자리의 높이가 6390피트(1950m)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자신이 재직중이던 퀼른신문에 1년여간 연재(1901년 10월 13일~1902년 11월 30일), 서양인들에게 제주의 존재를 알렸다. 겐테의 여행기가 장기간 연재된 쾰니셰 차이퉁은 당시 하루 4번 발행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영향력 있는 신문이어서 파급효과도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겐테의 한국여행기는 이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겐테의 여행기는 그가 세상을 떠난(1904년)지 1년 뒤인 1905년 그의 동료 게오르그 베게너(Georg Begener)박사에 의해 베를린에서 '겐테, 코리아'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되면서 유럽에 한라산과 제주를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미국의 데이빗 니멘스 교수는 '구미인들의 제주 답험기(踏驗記)'(탐라문화, 1988)에서 "겐테의 기록은 초기 구미인들의 제주 답험기들 가운데서도 백미"라고 평가했다.

▲겐테의 생전 모습

▶본보, 겐테 기록 연속 추적=한라일보사는 지난 1995년 본지 지면을 통해 '한라산 높이가 1950m임을 밝혀낸 최초의 측정자가 독일인 겐테 박사이며, 그는 기록상으로 한라산 정상을 오른 첫 외국인'이라고 대서특필하면서 제주사회에 독일인 겐테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1999년에는 '겐테의 한국기행'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됐으나 절판되었다.

이후 본보는 2004년 2월 제주대 김희열 교수(독일학과)를 통해 이 책의 원본을 확인했으며, 이같은 사실을 지상보도했다. 김 교수는 독일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기간에 원본을 입수했다. 이 책은 겐테가 직접 기록한 황해의 해안지방과 한국의 내륙지방, 수도 서울, 제주섬 탐험과 동해에서의 표류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의 초상화도 함께 싣고 있다.

겐테에 대한 관심은 독일과 우리나라에서도 줄곧 화두가 돼 왔다. 겐테의 한국 여행기가 출간한지 꼭 100년만인 2005년 5월에 독일 에어푸르트대학교는 그 개정판을 동아시아사 총서 일곱번째 책으로 내놓았다. 본보는 최근 독일에서 유학했던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강은희씨를 통해 이 개정판을 독일 현지로부터 입수했다. 개정판에는 겐테의 육필 원고와 편지, 그의 삶과 저서들을 정리한 글, 한국 여행기의 주요 내용과 그 의미를 평가한 글들이 추가돼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개정판에는 겐테가 직접 찍었던 제주관련 사진들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이 개정판은 글만 실렸던 초판과 달리 겐테가 구한말 1901년 제주에 왔을 때 직접 찍은 제주의 상징 돌하르방 석상을 표지 사진으로 싣고 있으며 1894년 당시 한라산과 제주의 구석구석을 외국어로 표기한 지도까지 실려 있어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실린 겐테의 사진은 당초 미국에 거주하던 형이 갖고 있었으나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당시 대부분 소실되는 바람에 구한말 한국의 풍습과 자연을 보여주는 12장만이 소개되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개정판 편집자인 실비아 브레젤 교수는 주독 한국대사와 전문가, 한국 특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정판 출판 기념식에서 "독일에 한국을 처음으로 소개한 이 책의 내용이 지금의 시점에서는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는 점들도 있을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세심하고 깊이 있게 당시 한국을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2월 '독일인 겐테가 본 신선한 나라 조선, 1901'이라는 제목으로 겐테의 한국 여행기 번역서가 출간됐다. 고려대에 출강하는 권영경씨가 옮긴 이 책은 언론이 앞다퉈 소개하면서 100년이 흐른뒤에도 겐테의 한국 여정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겐테는 누구인가=권씨는 이 책에서 겐테의 출생과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1870년 베를린 출생.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퀼른신문사에 입사, 1898년 첫 발령지 워싱턴을 시작으로 사모아, 모로코, 중국 등 당시 유럽 열강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분쟁지역을 주 무대로 왕성하게 취재활동을 했다. 워싱턴에서 사모아를 거쳐 1900년 가을, 중국에 파견된 겐테는 북청사변의 현장을 취재했고, 1901년 6월 조선으로 들어왔다.(중략) 조선 여행을 마치고 위험한 분쟁지역인 모로코에 특파된 그는 어느 날 실종된다. 1903년 퀼른신문에는 '지그프리트 겐테박사, 3월 8일 평소 다니던 산책길에서 돌아오지 않다'라는 기사가 실렸고, 1년 후인 1904년 3월 8일, 그는 실종 장소에서 멀지 않은 페스 강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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