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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
[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1)동문시장(상)-수산·재래시장(먹거리)
제주산 청정수산물·먹거리 시장 인기 '짱'
김기현 기자
입력 : 2009. 03.18. 00:00:00

▲다양한 먹거리와 살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도내 최대 규모의 동문수산시장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시설 현대화작업 등 변화를 시도해 손님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 시장은 우리의 어머니와 딸들에겐 삶 그 자체다. 장을 보고 식구들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공간이자 여인네들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터전이다. 저마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 뭇사람끼리 몸을 부대끼며 정을 나누는 풋풋한 서민들의 광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소비자들 취향이 변하면서 대다수 전통시장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흐름 속에 제주의 전통시장들도 대형마트와의 경쟁을 위한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제 막 변신에 성공한 시장도 있지만 경쟁력에 취약한 시장들도 많다. 본보는 먹는 맛, 사는 맛이 넘쳐나는 제주의 향토시장 점검을 통해 우리의 가족과 이웃이 함께 더불어 사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온종일 생선과 씨름… 눈높이 서비스
실내 포장마차식 야시장 대변신 시도

주차공간·소비자 신뢰 확보 등은 과제


# 동문수산시장

동문수산시장을 찾으면 여느 시장처럼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건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과 손님을 부르고 흥정하는 상인들의 소리들로 온종일 부산하다. 수산시장 107명 상인들의 하루는 대략 아침 7~8시부터 저녁 9~10시까지로 14시간 내외다. 그럼에도 하루종일 생선을 옮기고, 자르고, 요리하고, 고객과 흥정하고 쉼없이 움직이다보면 몸은 금방 파김치되기 일쑤다. 상인들의 삶은 그래서 서민의 삶 그 자체다.

동문수산시장의 역사는 짧다. 그러나 시장 유명도는 가장 높다. 청정 제주산 수산물의 위력을 톡톡이 보고 있는 셈이다.이 시장의 유명세는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70년대 후반 문을 열어 30여년 장이 섰지만 큰 빛을 보지 못하다 90년대 들어 동문시장의 원조격인 공설시장 신축이 이뤄지며 일부 상인들이 수산시장으로 터전을 옮겼고, 이로 인해 규모도 커지면서부터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후 수산시장 상인회도 결성되었고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혼신의 노력들이 이어졌다.

동문수산시장은 다양한 수산물 판매 외에도 구입한 활어를 인근 식당에 맡겨 먹을 수 있는 '맞춤형 식당'이 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3년전부터 등장한 시장내 7개 맞춤형 전문식당들은 매일 저녁 손님들로 북적인다. 가격도 1인당 5000원이면 소비자 스스로 구입한 다양한 횟감과 수산물 요리들을 즐길 수 있는 잇점 때문이다.

여기에다 싱싱한 당일바리 횟감이면서 가격도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들은 수도권 이용객과 단체관광객들의 횟감 전화예약 주문도 쇄도한다. 인천~제주 정기여객선을 이용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경우 단체로 한치와 히라스, 방어 등을 횟감으로 주문하는가 하면 수도권에서도 직장 회식용으로 횟감을 주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그만큼 동문수산시장이 단체 주문시 예약, 포장 및 배달 등의 과정에 대형마트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유남회센타 김유미(48) 대표는 "수십년 장사해 온 40~50대 아줌마 상인들인만큼 고객들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정도"라며 "고객 취향에 맞춰 우선 서비스하는 자세야 말로 재래시장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인것 같다"고 나름의 비결(?)을 제시하기도 .

김태현 동문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수산시장의 장점은 싱싱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데 있다"며 "우리 상인들은 여기에 만족치 않고 쉼없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현대식 시장환경 조성, 고객서비스를 위한 상인 서비스 교육, 신용카드 사용 등 다양한 시책을 펼쳐 온 점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수산시장이 더 많은 고객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않다. 더 세밀한 고객 서비스, 소비자 신뢰, 쾌적한 시설환경 등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 동문공설시장

동문공설시장은 1954년 제주도 1호 시장으로 인가를 받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으나 건물신축과 태풍피해, 경제침체 등으로 가장 어려운 과정을 거쳐왔다.

공설시장에서 50여년동안 고등어와 옥돔 등 생선류를 판매해 온 심모 할머니는 "올들어 지난 명절 이후 너무 장사가 안된다"며 "하루 종일 가게에 앉아도 손님이 거의 없다"고 힘들어했다. 최근 경제침체 분위기에다 공설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얘기다.

그러나 동문공설시장도 이제는 변신하고 있다. 생선류와 돼지고기 등을 이용한 먹거리, 잡화류 등에서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의 활어회센타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과거 먹거리 전문시장으로의 명성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동문시장의 원조로써 실내 포장마차 개념의 야시장으로써 다양한 먹거리를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 들인다는 전략이다. 시장역사가 오래된 만큼 입점 상인들의 연령대도 고령자층이 상당부분을 차지해 새로운 마케팅 도입에 어려움도 많지만 시설 현대화와 함께 주차비 무료, 신용카드 가맹점 전체 점포의 80% 이상 가입 등으로 변신의 노력을 다해 가고 있다.

이정생 동문공설시장 상인회장은 "현 주차장 무료 활용시간을 더 늘리고, 500평 규모의 대형버스 주차공간을 시장인근에 조만간 마련하면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최근 빈점포 입점신청을 받은 결과 30~40대 젊은층이 대부분이어서 향후 야시장 전망이 밝다"고 자신했다.

◇동문시장은…

제주시 동문시장은 해방 이후 소규모 노점상들로 시작해 도심지역에 형성된 2만5000여㎡ 면적의 도내 최대 규모 시장이자 최초의 전통재래시장이다. 1945년 제주상업의 근거지를 이루면서 도내 상설시장의 시초를 이뤘다. 당시 동문상설시장은 모슬포 국방경비대 제9연대 창설로 육지에서 내도하는 왕래객이 많아지면서 인구증가 및 각종 상품 수요가 늘어 제주항과 인접한 남수각 하천 주변(현 동문로터리 일대)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활성화되었다.

현 동문시장은 동문공설시장, 동문재래시장, 동문수산시장, 동문시장(주)을 통틀어 말한다. 시장 규모와 역사가 증명하듯 다양한 먹거리와 살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장점이다. 여러가지 농·수·축산물에서부터 싱싱한 횟감, 건어물, 약재, 의류, 잡화류에다 안전한 먹거리 식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있다. 점포수만도 600개를 넘어서면서 종사자수 1000여명에다 하루 이용객 등을 감안하면 매일 매일 제주지역 최대 인파가 몰리는 장소로 인식할 정도다.

동문수산시장서 20여년 장사 중인 강순하씨 "수산물 품질은 전국 최고"

"싱싱한 수산물하면 동문수산시장 아닙니까? 제주 아닌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시장입니다."

20여년동안 동문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강순하(56·순하상회 대표)씨. 아줌마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으며 시장 자랑에 거침이 없다.

그녀는 "동문수산시장의 경쟁력은 배 선주와의 계약을 통해 어획량 전량을 가져 오거나 거래 중매인을 통해 직접 물건을 받기 때문에 가격도 싸고 품질도 싱싱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강 대표는 또 "상인회 부녀회를 중심으로 전국 박람회나 도내 행사때마다 현장에서 수산물 홍보를 적극 벌여온 덕분에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도민은 물론 관광객이 날로 늘고 있다"며 "수산물 만큼은 품질도 좋고 어종도 없는 게 없을 정도여서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항간의 전통시장 위기론을 부인한다. 또 그녀는 "수산시장 이용객들이 늘면서 동문시장 전체가 활기를 띠는 측면도 있다"고 부언하기도.

이어 그녀는 "상인의 삶은 고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편과 함께 하루 종일 어시장 일을 보다 보면 손발도 척척 맞고 장사도 잘 돼 기쁘다"며 다시 한번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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