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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를 잇는 사람들
[代를잇는사람들](33)개인택시 기사 부재혁씨
"뿌듯해하는 아버지 보면 힘 나"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입력 : 2008. 10.11. 00:00:00

▲개인택시 기사 생활 8년째로 접어든다는 부재혁씨. 부씨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모셔다드리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한다. /사진=김명선기자

부친 개인택시면허 구입하며 시작
하루 10시간 운행… 간간이 운동도
"즐겁게 운전대 잡으면 보람된 직업"


달리는 택시 안에서 남녀노소의 손님을 맞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먼저 접한다는 택시기사들. '제주 60바 7001' 번호판을 달고 달리는 부재혁씨(41·제주시 일도2동)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8일 개인택시 운전대를 잡은지 8년째로 접어든다는 그를 만났다. 사진촬영을 하는동안 쑥쓰러운 듯 엷은 미소를 짓는 그의 첫인상은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는 2001년 서른넷의 꽤 이른 나이에 개인택시면허를 받았다. 화물차를 몰던 그가 부친 부실동씨(72)가 몰던 개인택시면허를 산 것이다. 그의 부친은 제주서 개인택시면허를 막 발급하기 시작한 초창기에 면허를 받아 20년 이상을 개인택시 운전으로 가정을 꾸렸다.

"아버지가 겉으론 표현하지 않았지만 가정을 꾸려올 수 있었던 개인택시면허를 소중히 여기는 걸 너무도 잘 알았고, 화물차를 운전하고 있던 터라 선뜻 택한 길이었어요." 아버지가 사용하던 번호판은 그대로인 채 차종만 '프린스'에서 '소나타'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는 쉬는 날인 목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아침 7시면 집을 나서 밤 9시가 넘을 때까지 10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는다. 하루 주행거리는 2백50~3백㎞쯤 된다. 오랜 시간을 운전석에 앉아 손님을 목적지까지 모시는 반복되는 일상이 힘겹지 않을 리가 있다. 그래서 낮시간엔 잠시 짬을 내 제주시 사라봉 인근에서 걷기운동을 한다. "운전하는 데 있어 건강은 필수"라고 강조하는 그다.

"아버지가 택시를 몰던 시절엔 제주관광이 호황을 누렸던 터라 개인택시면허만 받으면 먹고 살만 했다고 들었어요. 그에 비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개인택시가 늘면서 무한경쟁체제인데다 자가용 운전자들도 덩달아 증가해 벌이도 당연히 예전같지 않아요."

올들어선 유가 폭등으로 번 돈의 40%정도가 차량 기름값으로 빠져나간다. 월수입이 당연히 많이 줄어들지만 그는 크게 게의치 않는다. 풍족하진 않지만 열심히 일해서 아내와 두 자녀 등 네 가족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만큼 버는 지금 생활에 그럭저럭 만족한다고 했다.

늘 즐겁게 운전대를 잡으려 노력한다는 그지만 매 순간이 좋을 수만은 없다. 간혹 과음한 승객이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을 하며 요금을 집어던지거나 길을 돌아서 간다고 불평하는 이들까지 손님층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 "언젠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 손님이 택시에서 내리면서 요금을 내는 손을 잔뜩 웅크리시더라구요. 순간 이상하다 싶었는데, 지폐안에 보니 껌이 들어있는 거예요. 휠체어를 택시에 내리고 싣는 게 미안하셨던가 봐요. 미안해하실 필요가 없는데…"

아버지가 20여년을 달고 달렸던 개인택시 번호판을 얼굴삼아 제주 곳곳을 누벼온 그에게 언제까지 운전을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글쎄요.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중이신데 당신의 개인택시면허를 아들이 이어서 운전하는 게 여전히 뿌듯하고 작은 힘이 되시는가 봐요."

노력한만큼 벌고 손님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주는 데서 택시기사로서의 보람을 찾는다는 그는 독자들이 신문을 읽는 이 순간에도 도로위를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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