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백록담] 이것 아니면 저것. 꼭 선택해야 하나

[김성훈의 백록담] 이것 아니면 저것. 꼭 선택해야 하나
  • 입력 : 2023. 05.01(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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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수년간 제주사회가 양분돼 갈등을 빚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가 국토부에 의해 추진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제주도는 도민 의견을 듣기 위한 경청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3차례 진행된 경청회에서도 극단으로 치닫는 찬반 측 주장만 재확인될 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최근 도내 언론매체에 의해 상세히 취재되고 있는 경청회 소식과 함께 한때 핫했던 소식이 재점화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환경보전기여금, 이른바 입도세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돈을 받아 유발되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처해 보자는 게 골자다. 얼마 전 오영훈 제주지사가 도의회 도정질문자리에서 환경보전기여금 문제를 꺼냈다. 그러나 오 지사는 세상에서 가장 민감한, '돈'이라는 게 걸려있음을 의식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국민적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제주 환경보호를 위한다 하지만 도내서도 부정적 의견이 없지 않다. 관광업계는 "환경오염은 관광산업만의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유발되고 있다"며 제주 관광시장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제2공항 건설과 환경보전기여금이라…. 공통점은 관광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쪽은 제주행 선택의 폭을 넓혀 관광객을 더 유치하려는 게 핵심이고 다른 쪽은 폭증하는 관광객에 의해 유발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결국 둘이 함께 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다.

정부는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해 '형평성'을 내세워 부정적 입장이다.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려는 정부 측이 볼 때 입도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당연한 행보다.

반면 제주도는 어떤가.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입도세 부과를 추진한다?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 "하늘길이 넓어집니다, 제주에 놀러 오세요"라면서 "제주에서 놀며 환경오염을 야기했으니, 돈을 내시요"라는 꼴이다. 다른 지방 사람들은 이를 어찌 판단할까.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제2공항 찬반 양측이 공통적으로 제주도에 주문하는 사항이 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어정쩡한 시각을 보이지 말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라는 것이다. 제주도의 명확한 입장표명, 단순할 필요가 있겠다. 이래도, 저래도 갈등 자체는 해소되지 않을 터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지속가능한 제주미래'만을 보고 평가해 보자.

더불어 제2공한 건설 찬반 양측도 한번 자문해 보길 바란다. 왜?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보자. "제2공항, 왜 필요하지?" 자신이 처한 상황 모든 것을 던져두고 오로지 제주 미래만을 볼 것을 전제로 한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현재 매력과 미래의 경쟁력은 딱 하나다. '청정 제주'. 오고가기 쉬운 제주를 만드는 일, 중요한 것 맞다. 하지만 더 가치를 둬야 할 것은 환경을 잃지 않는 일 아닐까. 이것 아니면 저것, 꼭 선택을 해야하나. 미래 제주를 위하는 일, 또 다른 대안 찾기도 늦었다 보진 않는다.<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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