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가치 육아' 네 번째 질문.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요즘 여섯 살인 첫째 아들이 유독 화를 많이 내요.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이 심해져 걱정입니다. 둘째가 태어난 뒤로 코로나19 때문에 독박 육아 시간이 늘어 많이 힘들었는데요. 그때 제가 답답하고 힘든 마음에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했던 걸 첫째가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아요. 요즘엔 저도 안 그러려고 하는데, 첫째의 행동이 너무 심해져 걱정이에요.
= 아 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먼저 어머니에게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독박 육아로 힘들 때 ‘내가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졌던 행동을 아이가 따라하는 건 아닐까’하고 알아차리고 이렇게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예요. 그렇지만 엄마가 그런 마음이 들고, 그게 진심이라면 해야 할 게 있어요. 바로 '사과’입니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걸 하지 않게 가르치는 것보다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에요. 그럼 어떻게 사과하는 게 좋을까요.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진 행동만이 아니라 아이가 왜 그랬는지,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했는지를 바라보는 게 중요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과할 땐 “다음에 안 할 게”, “미안해”라는 말보다…
“엄마가 다음부턴 안 할 게”라는 말은 좋지 않아요. 누구나 다음에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하게 되거든요. "미안해"라는 말도 정말 잘 써야 합니다. 미안하다고 해 놓곤 이내 같은 행동을 하며 또 미안하다고 하면 그 말 한 마디로 잘못이 없어지고 죄가 씻기는 줄 알 수 있어요. 그러니 이렇게 말해주세요. "○○야, 네가 소리를 지르며 화내는 걸 보니 엄마가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엄마가 화나고 짜증날 때 너에게 소리를 지른 걸 따라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나고 짜증이 나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게 노력할게"라고 말이에요.
그런 다음에 아이를 살펴보세요.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진 행동만이 아니라 아이가 왜 그랬는지,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했는지를 바라보는 게 중요합니다. "○○야, 네가 무슨 일로 이렇게 속이 상했는지 궁금하네"라고 물어보는 거지요. 그러면 먹을 걸 못 먹었다거나 동생이 자기 것을 빼앗았다거나 여러 가지 상황을 이야기할 거예요. 그 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네(화날 수 있겠네, 짜증날 수 있겠네)"처럼 감정을 읽어주는 겁니다.
|화나고 짜증날 땐 어떻게?… “함께 대안 찾아보세요”
아이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건 사실 괜찮아요. 이런 표현을 하지 않는 게 더 문제입니다. 기분이 안 좋으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기분을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예요. 자신을 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소리를 지르는 것만 해도 그래요. 소리를 지르면 소리를 지른 사람의 목도 아프지만 그걸 듣는 사람도 화나고 귀가 아프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요. 그러니 감정을 읽어주고 아이가 진정이 됐을 때 말해주세요.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지르는 건 안 된다고 말입니다.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와 함께 대안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화가 날 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입니다. 그럼 아이 스스로 찾아낼 수도 있어요. "말로 해요", "양보해요" 이렇게 말이죠. 이런 좋은 말 뿐만 아니라 아이는 그 안에 엄청난 것을 지니고 있어요. 그걸 하나씩 꺼낼 때마다 "응 그래. ○○도 잘 알고 있구나"라고 격려해 주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아이와 엄마가 단 둘이 있을 때 안아주면서 표현해 주세요. "엄마가 우리 아들을 낳길 정말 잘했네. 우리 아들이 엄마 아들이어서 정말 좋다. 고마워."
|아이를 키울 땐 결과보다는 ‘과정’을 봐야
아이가 셋이라면 아이 한 명 한 명의 감정을 읽어주는 게 쉽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세 아이가 모두 달려와 자신의 감정을 읽어주길 바라는 일은 거의 없어요. 만약 아이들끼리 문제가 일어났을 땐, 가장 먼저 엄마를 부르거나 엄마한테 오는 아이를 봐 주세요. 첫째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둘째도 따라온 상황이라면 둘째의 손을 잡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고 첫째와 이야기를 마치는 거지요.
예를 들어 둘째 아이가 첫째가 자신을 때렸다며 엄마에게 온 상황이에요. 그때 둘째 말만 듣고 첫째에게 "왜 때렸어"라고 할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 줘야 합니다. 첫째에게도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둘째가 책을 밟고 있었는데 그걸 빼려다가 둘째가 넘어진 상황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럴 때는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근데 동생이 네가 때렸다고 하니 속상했을 것 같아. 지금은 어때?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 그럼 둘째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팠겠네”라며 아픈 곳을 살펴 주는 거예요. 자신이 안 때렸다는 첫째와 맞아서 아프다는 둘째 말을 그대로 받아주는 거죠. 엄마가 이렇게 감정만 읽어줘도 서로 미안해 할 수 있어요. 당장 사과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서로 무슨 일이 있었냐는 것처럼 잘 놀고 있으면 그때 가서 "잘 해결한 거야?"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요.
이렇게 아이를 키울 때는 결과보다 '과정'을 보는 게 중요해요. 살아가는 게 모든 과정의 연속인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들은 그 과정 과정을 지혜롭게 넘기고 그 안에서 성취감, 자신감을 느끼며 보이지 않게 자란 답니다. 상담=오명녀 센터장, 정리=김지은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2주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자유롭게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