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요즘 들어 자기 몸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아빠는 난감합니다. 슬슬 성교육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탓인데요.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성교육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시작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진짜 성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한라일보 <가치 육아 - 이럴 땐> 두 번째는
'유아의 성(性)'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가 지난 21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부모 대상 교육 내용인데요. 푸른 아우성 소속 김유경 강사의 강연 일부를 Q&A 형식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붙임 부분은 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의 조언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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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성교육, 언제부터 해줘야 할까요.
= 우선 시기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생각해 봐야 할 게 있어요. 과연 성교육은 어떤 걸까요.
성교육의 방향은 '성'이 아닌 '관계'에 포인트를 둬야 해요. 남성과 여성, 인간의 총체적인 관계를 말하는 거죠. 인성 교육과 관계 교육이 주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인성 교육은 나 스스로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타인 역시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거죠. 관계 교육은 나와 타인을 얼마나 조화롭게 연결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교육입니다. 그 바탕에는 '공감 교육'이 있어요.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 느낌을 이해하는 건데 이런 능력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양육자가 이끌어 준다면 충분히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성교육 태어나자마자 시작해야
'성'보다 '관계'에 포인트 두고
부모의 성에 대한 인식도 중요
정리하자면 성교육은 타인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인정해 불편함이 없고 나는 참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겁니다. 이런 방향성으로 접근하면 성교육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시작돼야 합니다. 신생아 때부터 젖을 먹으며 양육자와 스킨십을 하고 나는 사랑 받는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 자신의 성에 대한 태도, 즉 인식인데요. 유아 시기에는 언어·지식적 전달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오감의 전달이 중요합니다.
양육자가 던지는 오감의 영향력이 유아 성의 출발점이고, 이는 곧 인생에서 성의 느낌을 형성하는 작용이지요. 내가 성에 대해 불편하고 수치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가 성에 대한 표현을 말이나 행동으로 했을 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내가 가지는 성의 색깔과 온도가 아이에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이를 인지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 성교육을 할 때 아이의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줘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을까요.
= 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새롭다 보니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을 인식해 성차별적인 요소를 감지하는 겁니다. '왜 성별에 따라 구분 짓지', '왜 성에 따라 차별을 두지' 이런 걸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주는 거죠. "남자인데 왜 그렇게 하니", "여자니까 이렇게 해야지"(예를 들어 "남자가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왜 울어", "여자가 예쁘게 걸어야지") 처럼
성별 조건을 다는 것만 조심해도 성인지 감수성을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아이는 여자인데 욕을 잘해요. 여자도 욕해도 돼요?" 한 초등학교 아이의 말입니다. 양육자가 이런 말을 들었을 땐 성인지 감수성을 건드려줘야 합니다. "욕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남자든 여자든 욕을 하는 건 좋지 않아. 그런데 남자 중에 욕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여자도 그럴 수 있어." 이렇게 말이죠.
"걔는 남자인데 벌레를 무서워하는 울보야." 이런 말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야, 무슨 말이야. 남자도 벌레를 무서워할 수 있지. 슬프면 울 수도 있고." 이렇게 말해주면서 성별의 구분적 요소를 없애 줘야 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성별의 차이를 두지 않기 때문에 젠더 의식이 높은 아이로 자랄 수 있지요.
- 5세 아이입니다. 자꾸 본인의 생식기를 만져요. 이럴 땐 어떻게 하나요.
= 3세부터 7세, 길게 보면 10세까지가 그런 시기(정신분석심리학자 프로이드의 심리성적발달단계에 의하면 구강기->항문기->남근기-> 잠복기-> 생식기)입니다. 영유아 시기에는 호기심과 흥미로 자신의 생식기를 만지거나 다른 사람의 것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하기도 하지요. 그때 부모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얘가 왜 이러지", "성(性)적으로 예민한가" 이렇게 말이죠. 아이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겁니다. '그럴 수 있다'며 궁금해 하는 지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아이가 생식기를 만질 때 어떻게 말해 줘야 할까요. "거긴 소중한 곳이니까 만지지 마", "세균이 들어가니까 만지면 안 돼."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해 왔을 텐데요. 옳은 방향은 아닙니다.
'(하지) 마라 교육'은 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합니다. 정말 염증이 생기거나 건강상 걱정이 되는 경우에도 "손 안 씻고 만지면 세균이 들어가서 아플 거야", "더러운 손으로 만지면 아파", 이렇게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만지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데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염증이 생기거나 아플까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아이가 오감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실제 염증이 생기거나 아픈 상황에선 "다음부터 그러지 않게 깨끗하게 관리 잘해" 정도로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태아 때부터 엄마 뱃속에서 몸을 가지고 노는 감각놀이가 시작됩니다. '유아 자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대하며 건강하게 이끌어 줘야 합니다. 집에서 못하게 하면 어린이집에서 하거나 양육자를 통해 행동이 멈춰지면 그 눈을 피해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성은 존재와 연결이 돼 있습니다. 자기의 존재를 인식하는 시기이기에 자위를 문제적 시각으로 봐선 안 됩니다. 이런 경우 야단을 치거나 잘못 대응하게 되면 존재 자체가 휘청거리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직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집이 아닌 곳에선 하지 않고, 집에서도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한다는 에티켓은 알려주고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붙임. 이 부분은 푸른아우성의 교육방식입니다.
영유아 시기는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주의 관심사를 전환하는 것을 1차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영유아의 자위행동은 심리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예를 들어 큰아이가 동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자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아이가 6살인데 아직도 엄마의 가슴을 만지고 잡니다.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요.
= 엄마가 아이의 행동이 불편한 게 아니라면 굳이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엄마와의 스킨십을 통해 안정을 요구하는 나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갈 땐 확실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8살이 되면 그만이야. 그때는 안 돼." 이렇게 말이죠.
아이가 만지는 상황이 불편하고 싫다면 아이에게 싫다고 말해야 합니다. "가슴을 만지는 건 안 돼. 대신에 손을 꼭 잡고 자자"처럼 대안을 제시해 주면 더 좋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는 울고불고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정확히 끊어줘야 합니다. "엄마는 ~를 사랑해. 근데 ~는 언니·오빠(누나·형)이잖아. 이제는 엄마의 허락 없이는 만질 수 없어. 아빠도 엄마의 허락 없인 만질 수 없단다." 이렇게 말이죠. (붙임. 이 부분도 아이와 엄마의 관계의 질에 따라 다르게 상호 작용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와의 관계가 원만하다면 자연스럽게 감정코칭만 해도 되는 부분입니다.) 정리=김지은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한다. 2주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자유롭게 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