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비상식적인 가격이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다고 서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이라며 내집 마련의 꿈을 가졌던 이들은 현실 앞에 꿈을 내려 놓은지 오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제주지역 아파트가격은 올 6월 기준 8%대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2012년 관련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 상승률이다. 제주지역 웬만한 아파트는 월급쟁이들이 매입할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초 10억대 아파트 등장이 이미 도내 언론을 통해 경제면을 가득 채웠던 터라 이젠 5억 전후의 가격은 놀랍지도 않다.
집값 문제는 제주, 나아가 우리나라만이 겪는 고통이 아닌 듯 하다. 전세계가 집값 상승에 따른 경제·사회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미국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 조사결과 56개국의 3월 주택가격이 1년새 평균 7.3% 올랐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무려 11% 상승하며 부동산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현지 매체들은 부동산 급등을 놓고 "시장이 미쳤다"고 표현하고 있다.
제주 집값도 "미쳤다"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아니, "미쳐가고 있다"고 해야할 듯 하다. 지금껏 흘러온 상승 추이를 볼때 집값이 내려가기 보단 앞으로도 계속 오를 듯 싶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으로 인해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게 뻔한 노릇이다. 집값 상승은 전세와 월세 상승을 야기하고 더불어 물가 오름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제주에서 살고 있는 서민들은 더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집값 상승의 결정적 원인이 외지인들의 투기가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투기세력이 부동산 비규제 지역인 제주도로 눈독을 들이면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기준할때 거래된 아파트 3채 중 1채꼴로 외지인이 매입했다는 것이다.
10억대 아파트 출현은 제주에서 살고 있는 무주택자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앗아갔다. 제주지역 평균 임금은 타지역보다 낮다. 17개 시·도 중 꼴찌다. 소득은 적은데 집값은 높으니, 당연히 집을 마련할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 않은가. 제주의 경우 2020년 기준 자기집이 아닌 비율이 45%다. 제주는 어느지역보다 맞벌이 비중이 높다. 제주사람들, 그만큼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일테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물가가 높은 제주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집값 상승은 제주도민간 자산 불균형을 가져오고 있다. 이런 불균형은 도민들 사이 갈등을 부르고 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제주사회의 갈등이 외지 자본에 의한 개발과 그에 따른 이익의 불균형으로 촉발된게 사실 아닌가. 그래서 끈끈했던 공동체가 무너진 마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고 친인척 간에도 왕래를 끊고 남보다 못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 주변엔 흔하디흔하다.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다. 지난 재·보선의 승패는 부동산이 갈랐다. 내년 민심을 얻는 척도 또한 당연히 부동산이 될 거다. 문득 또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앞으로 5년후는?. 집 등 부동산으로 인한 계층간 갈등과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그때를 고대해 본다. <김성훈 편집부장>